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가 개최하는 2024 SIMTOS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AI 자율제조 동향 및 연구개발 사례 소개
기존 기술 연계 및 제조업 분야별 기술 발전 고려해야
(초정밀장비연구실), 한국기계연구원
백승국 선임연구원
최근 AI 자율제조에 대한 관심 및 연구가 증대되고 있다. 산업부는 AI 자율제조 1.0을 발표함으로써 지원 계획을 공식화하였고, 초기 단계이지만 관련한 기존의 여러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조 데이터를 사고 팔수 있는 인공지능 제조플랫폼 KAMP가 소개되었으며, AI를 제조 현장에 적용한 몇몇 사례들이 매스컴과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또한 AI를 제조산업에 적용하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AI 자율제조의 큰 흐름은 연구자로서 매우 환영할만하다. 인구 감소, 일자리 미스매치, 산업 구조의 변화, 경쟁국 제조업의 기술적 고도화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제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으며, 한국의 제조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계뿐 아니라, 제조산업 관련 학계에 새로운 연구 주제 및 화두를 제공하여 관련 산업 및 학술 분야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AI 자율제조를 연구함에 있어 일부 존재할 수 있는 오해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 및 견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가 소속된 연구 그룹이 절삭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AI 자율제조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AI 자율제조는 초기 단계로서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고, 자동화와 혼동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제조 AI, 산업용 AI, 자율제조, 제조 데이터, DX/AX 등의 여러 유사한 관련 용어들이 이제 안착되어 가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AI 자율제조 연구들의 방향적 특징은 “SW-driven”으로 명확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중심에는 AI가 서 있다. AI는 전 산업을 넘나드는 매우 파워풀한 도구이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 도구는 아니다. 필자는 AI를 모든 것이 가능한 방법으로 바라보는 이러한 견해가 AI 자율제조 개발 및 연구의 전체적인 방향에 혼선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AI에서 다양한 부분이 중요하지만,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관련하여 AI 자율제조에서 제조 데이터만 있으면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 같은 인식적 오류가 있는 듯하다. 물론 제조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실제 작업이 물리적으로 발생하는 제조업의 특성을 간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장비나 로봇의 물리적 기능은 현재로서도 충분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는 명령만 하면 장비나 로봇의 명령을 적확히 수행할거라는 예상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충분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AI로 스마트한 명령을 내리면 장비나 로봇의 자율화가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말로 스마트한 명령을 한다면 장비나 로봇은 그 명령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2가지 예로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인 옵티머스 경우를 고찰해 보자. 테슬라는 AI의 End-to-end 적용을 지향하지만, AI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하드웨적인 여러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는 AI 적용만이 또는 충분한 데이터만이 하드웨어(로봇)의 스마트한 작동 또는 작업을 가능하게 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두 번째는 동적 시스템에 대한 제어 응답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제어 시스템에서는 물리적인 동적 시스템에 목표 궤적(명령)을 인가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피드백 제어를 통해 목표 궤적을 실제 시스템에 추종하도록 한다. 이런 물리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 동적 시스템이 명령만하면 목표 궤적을 완벽하게 쫓을 거라는 생각하는 다른 분야 연구자들을 종종 마주하곤 한다. 어떤 명령인가? 어떤 동적 시스템인가? 그리고 제어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추종 여부나 추종 성능이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현재 기술 수준에서 모든 스마트한 명령을 장비나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이러한 AI와 물리 시스템에 대한 인식적 오류는 자율제조의 연구에 있어 몇몇 간과하는 부분이 생기게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모든 제조업이 AI나 DX의 적용에 효율적이거나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분야에 따라 AI나 DX의 적용이 장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둘째, AI의 적용에 있어 액션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상위 지능에만 과도한 강조점이 찍힐 수 있다. 특히 제조산업의 특성 상, 액션은 물리력을 발생시키는 부분이나 조작 지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AI 자율제조 개발 및 연구에서 작업자의 작업 지능이나 장비, 로봇의 물체 핸들링 등의 물리력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AI 자율제조에 대한 과도한 방점으로 인해 산업 자체의 핵심 가치에 대한 연구나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 기존의 AI 자율제조는 기본적으로 제조 산업의 하드웨어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DX, AI를 이용하여 효율성을 올리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I 자율제조는 제조업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제조업의 최고 경쟁력은 제조 산업의 핵심 기술에 기반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AI 자율제조의 개발 및 연구 방향에서는 데이터에 관련해서만 도메인 지식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메인 지식은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일 뿐 아니라, AI 자율제조를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데이터에 대한 특성 엔지니어링을 넘어서는 핵심적 요소이다. 따라서 필자는 AI 자율제조의 개발 및 연구에서 기존 기술과의 연계 및 제조업 분야별 핵심 기술의 발전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소속된 그룹인 한국기계연구원 자율제조연구소 초정밀장비연구실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하여 절삭 분야에서 수행하고 있는 AI 자율제조 연구인 “자율 인지/적응 디지털 공작기계 핵심기술 개발(과제 책임자: 김창주)”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AI 자율제조 프로젝트는 기존 협동로봇을 이용한 머신 텐딩의 심화 자율화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밀링머신에서 작업자의 절삭 작업 보조 역할을 협동로봇과 지능화로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 하드웨어는 크게 5축 밀링머신과 작업 보조 로봇으로 구성된다. 이에 더해 여러 센서를 이용하여 사람의 감각/인지 기능을 구현하고 디지털 트윈과 AI를 이용하여, 절삭 보조 작업에 있어서 인간 작업자에 가까운 자율화 구현하고자 한다.
본 AI 자율제조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 절삭 보조 작업에 DX와 AI를 적용하여 자율화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일지 검토하였다.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부품 등의 소품종 대량생산의 경우, 기존의 “자동화” 가공방식이 유리하다. 그러나 다품종 소량생산의 경우, 작업자에 의한 가공방식이 유리하다. 이 중 금형, 항공, 의료 등에 사용되는 고가 부품은 “유연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나, 저가 일반 부품은 경제성의 이유 등으로 대규모의 설비 투자가 어렵다. 필자의 연구 그룹은 이러한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가공품 중 저가 일반 부품에 “AI 자율제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본 자율제조 프로젝트의 주요 타켓 분야이기도 하다.
본 AI 자율제조 프로젝트의 물리력은 주로 협동로봇 통해 구현된다. 그러나 기존의 협동로봇의 기능으로 절삭 보조 작업에 요구되는 자율성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추가적인 자율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대표적으로 이송을 포함하는 공작물 핸들링, 칩 제거 동작, 렌치 조작, 또한 이들을 위한 인식, 인지 기능 개발 등을 포함한다. 또한 협동로봇으로 부족한 인지 기능과 작업 지능은 공작기계에 대한 디지털 트윈과 필자의 연구 그룹이 기존에 보유, 발전시키고 있는 공작기계의 측정 기술, 공작기계의 제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본 AI 자율제조 프로젝트의 기술은 크게 2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는 “로봇 기반의 가공 자율화 기술”과 “인지/적응을 위한 핵심 요소 기술”이다. “로봇 기반의 가공 자율화 기술”은 전술한 것과 같이 기존 필자의 연구 그룹에서 보유한 공작기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포함한다. 이는 개발하는 인지 기술로 부족한 공작기계의 유용한 정보 및 데이터를 자율 가공셀 운용 시스템에 제공한다. “인지/적응을 위한 핵심 요소 기술”은 디지털 트윈과 함께 기계가공 분야의 도메인 지식에 기반한다. 곧, 기존에 보유한 기술로서 기계가공 산업의 핵심 기술들로 이루어진다.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활용 및 심화시킴으로써, 공정 상태 및 장비 상태 인지/적응 정보를 자율 로봇 및 자율 가공셀에 제공한다. 이는 도메인 지식이 단순히 제조 데이터의 특성 엔지니어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화 기술 전반에 활용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본 기사에서는 AI 자율제조 개발 및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기계연구원 자율제조연구소 초정밀장비연구실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AI 자율제조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아직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으나, 이를 통해 기존 산업의 핵심기술을 활용하지 않고는 자율화를 달성할 수 없음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러한 예시가 AI 자율제조 및 관련 제조 산업 발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