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가 개최하는 2024 SIMTOS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중소 제조기업의 어려움과 극복의 노력 Ⅱ
위스콘신대학교
민상기 교수(기계공학과)
2부 극복을 위한 제안
글로벌 동향: 제조업 국수주의와 그 영향
미국은 제조업을 국가 보안 문제로 간주하고 이를 국내로 되불러오며 (Reshoring),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해 중국 등과 무역 마찰을 일으켰다. 이와 같은 제조업 국수주의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유럽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제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호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로 경쟁하는 가성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시장 원리 외에도 각국의 정치 및 경제적 요소들이 변동성을 높인다. 현재는 이러한 상황이 중소기업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 제조업체들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현재 미중 갈등이 일종의 생명유지 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 보통 세 가지 답변을 받는다. 첫째, 중소기업 장려 정책이 이미 많이 있으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맞는 말이지만, 많은 정책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단기적 처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암환자에게 진통제 먹이는 일시적인 처방밖에 되지 않는 경우와 같다. 둘째, 첨단 제조산업이나 국가 핵심 전략 산업에 투자하는 데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잘 하고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잘하게 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셋째,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산업이든 기계, 장비, 부품, 소재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의 산업 기반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소 제조업체의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지원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첫째, 공장 인력 문제는 스마트화와 자동화를 통해 인력을 대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완전 자동화는 기술적 장벽이 많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생산기술자 및 전문가 양성 문제는 정부의 장려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셋째, 제조업이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산업으로 인식되며, 생산기술자의 회사 내 지위와 경로, 그리고 불편한 생활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장의 현대화
공장에 대한 3D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일본이나 독일의 공장을 가보면 충격에 빠질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새로운 3D(Delight, Digital, Dynamic)로 표현할 수 있는 이들 공장은 공장바닥에 누워도 좋을 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가지고 있고, 공작기계나 장비들이 마치 최신 Gadget처럼 멋진 디자인과 앱으로 변화된 HMI로 젊은 공원들과 기술자들을 매료시킨다. 또한 스마트 제조 기법이 도입되면서, Digital화 된 현장을 쉽게 접하고 그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끼며 스스로의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단순한 직각 모양의 철제 공작기계가 멋진 플라스틱과 네온색의 여러 장식 등은 실제 생산성 및 기능성으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어 보이지만, 이미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차원에서 큰 가치를 발휘한다. 생산공장이 생산성과 모든 비효율을 걷어내고 극단의 기계화만 진행하다 보면, 구 인식의 3D가 된다. 하지만, 세대는 변화하고 궁극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은 다른 방식으로 도출되면서 이런 디자인도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장이 새로운 3D의 이미지로 변화하여야 한다.
여기서 또 한가지는 공장의 입지이다. 공단과 산단이 형성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비슷한 업종끼리 한곳에 모아서 물류 및 인프라를 집중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이유도 있고, 더럽고 시끄러운 공장을 이미 포화상태의 대도시에서 분산시키는 등의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제 젊은 세대가 기피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공장이 현대화되고 쾌적한 환경이 된다면 다시 도시 생활권으로 돌아오거나 아예 산단이나 공단이 일반 생활 환경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조해야 한다. 공장에 가면 반경 수 km안은 공장만 있거나 논밭만 존재해서는 이제 젊을 인력을 끌어들일 수가 없다. 여기에 대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일본의 DMG Mori도 젊은 인력의 보충이 어려워지자, Nara의 공장에 있던 R&D부서를 Nara역에 현대적인 감각의 건물과 마치 IT 업체 같은 사무환경을 만들면서 급격히 지원자가 늘었다. 우리나라의 YG-1도 송도 현대 아울렛 바로 옆에 본사를 옮기면서 본사 연구소는 대학 캠퍼스 같이 젊어졌다. 이는 지금 이미 많은 여력이 있는 중견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산단과 공단의 탈바꿈이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인프라를 섞어서 구축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연구가 있어야 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장의 인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장이 Taylor의 동작분석으로 노동자가 극단의 효율을 찾는 기계부품적인 요소인 시대는 끝났다. 노동자는 공장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래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존재해야 한다. 이는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공장현장에서 인문학적 감성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생산성과 연결된다면 뒤에 이어질 다른 요소와 더불어 일할 만한 직장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의 변화
이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된 상황과 교육제도, 일류지향주의 등 복합적 사회심리 현상을 다루어야 한다. 그중 지엽적인 문제 하나만을 다룬다. 성장기 과정을 거치는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노출된 다양한 매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에는 TV매체나 영화, 책 등을 통해 영향을 받았다면, 최근엔 다양한 Social Media를 통해 영향을 받는다.
특히 TV 매체나 영화 등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재벌, 검사, 변호사, 의사 등이 멋진 주인공이었고, 이공계는 그들을 보조하거나 머리는 좋은데 사회성이 없거나 (Nerd, Geek), 하루 종일 뒷방에서 컴퓨터나 실험실에서 꾀죄죄하게 일 만하는 모습으로 비추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정말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무의식적으로 각인되고 실제 사회에서도 일치성을 보임으로써 확신에 가까운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곧 직업 선호도로 반영된다. 이를 뒤집어 엎기 위한 노력이 미국과 일본에서 있었고 성공을 했다. 미국과 일본도 이공계 지원이 떨어지면서 원인 분석을 하던 중 위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였고, 아이언맨과 같은 엔지니어가 성공한 사업가면서도 꾸준히 기계를 만지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이후 미국에서 다양한 매체가 이공계를 Nerd나 Geek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줄었고, 멋진 삶을 사는 사람으로 표현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공계 지원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에서도 한자와 나오키나 변두리 로켓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기술을 가지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의미 있고, 멋진 일을 하는 것인지를 노출시키면서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예가 있다. 비록 우리 매체가 아니지만,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맥가이버라는 미국 드라마를 통해 당시 이공계 지원율이 늘어났고, 카이스트라는 드라마 방영 후 카이스트 지원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은 모두 아는 내용일 것이다.
이처럼 이런 매체를 통해 이공계 출신이 멋지고 소명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 등이 필요하다. 다만, 현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이것만 해서 젊은 세대를 이공계로 유인하는 것은 사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위에 언급한 공장개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유도해야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는 극히 일부의 방법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모든 직업군이 동등하게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사회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월급 수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여기에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허울 좋은 이상적인 지향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제도의 개선
원래 있던 제도인데 유야무야해진 것들이 있다. 공업학교나 전문대학 등의 전문 직업 교육과정이다. 한참 산업화 시기에는 이 제도들이 꽤 의미 있게 기능을 수행했으나, 지금은 공업고등학교 마저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경로로 탈바꿈했다. 이 또한, 위의 문제들과 복합적으로 얽혀 원래의 취지대로 운영하면 이런 학교에 지원할 학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 모든 국민이 대학을 나와야하는 기형적이고 왜곡된 교육제도는 정상화 될 수 있다.
현재의 입시 제도를 거꾸로 이용해서 기타 활동의 평가에 공장 방문이나 공장에서 무엇인가 과제를 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 가산점을 준다든지 하면, 관심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실제로 공장에 대해 생각을 하고 무엇인가 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단지 여기에는 공장의 현대화가 된 시설에 한해서,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비단 이공계 지원학생 뿐만 아니라, 문과 혹은 예체능 학생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에게 공장의 인문화라는 명제를 던지고 생각을 하게 한다던지 미술지망생에게는 공장에 어떤 예술적 감성을 심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과제를 준다든지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연구정책의 변화
독일과 일본은 전통제조기술에 대한 연구에 꾸준한 투자를 해왔다. 여전히 주조, 단조, 용접, 가공 등의 연구를 하고, 정부 연구비가 확정되어 있다. 이들 나라들도 첨단 연구에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지만, 이쪽 분야의 연구에도 연구비를 투자한다.
이는 앞서 말한 대로 첨단 연구에 비해 절대 큰 금액이 아니어서 부담 없이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가 일정 금액을 전통제조기술 연구비로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 시킬 수 있도록 이후에는 기본 연구비는 물가상승률과 연동하는 상승폭 범위 내에 추가 예산 심사 없이 자동 인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이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중국은 좀 다르다. 이 분야 연구 투자 규모가 크고, 이쪽 분야의 교수들은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 협력하는 것이 평가에 들어간다.
물론 정치상황이 다른 중국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과의 연구 협력이 교수 평가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는 점은 공대 교수가 Nature같은 저널에 논문을 내어 높이 평가받는 이상한 현상과는 대조된다.
그렇다고 그런 저널에 논문을 내는 것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통해 획기적인 발명이나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논문으로 점수를 매기는 현상으로 인해 많은 연구 인력이 논문을 낼 수 없는 산업과제를 기피하고 다량의 논문을 낼 수 있는 주제에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중소기업 운영자의 인식 변화
모두는 아니지만, 중소기업을 소유한 사장이나 운영자들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운영 속성상 최대한 임금 부담을 덜어야 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없애야 되지만,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기피하고 해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직장이 인식하는 자신에 대한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선진국화되어 있는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7, 80년대식의 대우를 하면 누구나 기피를 하게 되어 있다. 이제는 공장의 환경뿐만 아니라 사용자들도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임금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이들이 일용직 같은 의미가 아니라, 이들도 회사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기여가 실질적으로 회사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다시 회사 구성원 모두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경영 철학과 운영 방식을 세워야 한다. 이는 선언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로 조금씩이라도 회사 곳곳에 진전을 이루어가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공감되도록 해야 한다.
결론 및 제언: 중소 제조기업의 미래를 위한 종합적 대책
제조업은 우리나라같이 자원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압도적인 관광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싱가폴이나 홍콩 같은 금융 허브 역할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분야이다. 내수 시장은 자체 성장을 하기에는 규모가 부족하고 수출을 해서 경제를 유지하는 구조를 가진 상황에서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경제 (Economy)란 가치를 생산하는 원천 단계 없이 가상가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교훈을 1920년대 공황, 2000년대 초반 IT 버블, 2008년 리먼 사태를 통해 반복적으로 배우는 데도 학습이 안되는 이유는 가상가치가 가져오는 손쉬운 돈벌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우리나라가 이겨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굳건한 제조업이 꾸준히 경제의 근본인 가치를 생산해내고, 이를 통해 부가 가치가 더해져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고,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혹자는 3차산업 혹은 4차산업으로 경제구조가 이동해 나가야 한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기를 끌면서 이로 인해 의사, 변호사를 순위를 넘어서서 아이돌이나 유투버가 되고 싶다는 청소년이 많아지는 것은 직업군의 다양화 차원에서 고무적인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정치적 결정에 의해 산업이 영향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를 담보하기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제조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국가의 근본적인 가치를 생산해내며, 그 토대 위에 다양한 산업들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 교훈은 또 다른 버블과 또 다른 공황, 경제 위기가 닥칠 때 빛을 발할 것이 아니라, 미중갈등으로 유예된, 추가 시간이 주어진 지금 바로 새겨야 할 것이다. 정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중추를 더욱 견고히 할 고민을 할 시기이다.
기고자 첨언: 지면 관계상 모든 문제를 다룰 수 없었으며 극히 제한적인 내용만을 다루었음을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