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가 개최하는 2024 SIMTOS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일본의 미래 자동차 시장 분석과 업계의 대응
전기차 성장세 둔화로 당분간 타 동력 차량 판매 지속 전망
세계 주요국들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탄소중립을 염두에 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역시 차세대 자동차로 배터리를 주동력원으로 쓰는 다양한 자동차들을 내놓고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기자동차(BEV)가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 정세 변화로 에너지 가격 급등 및 전기차 관련 지원 인프라 등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미묘한 상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분간은 배터리 외에 다양한 동력원을 활용하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현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생산재마케팅誌에 실린 기획기사 “다양해지는 동력원과 차체”(24.8)를 통해 자동차의 변화 양상을 살펴봤다.
미래 자동차 시장 최대 유력후보는 BEV?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탈탄소를 위해 많은 국가들이 2050년 전후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환경규제를 마련해 적용하는 국가들도 있다. 이런 탄소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기업들도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차세대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으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것은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EV)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EV에는 하이브리드전동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동차(PHEV), 연료전지차(FCEV)’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배터리식 전기자동차(BEV)는 최근 유럽과 중국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EV 전망’에 따르면, PHEV와 BEV를 합친 전체 판매대수는 2020년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에는 전년대비 55% 증가한 1,020만대에 달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BEV였다. 이 같은 친환경 차량 증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2년 전체 승용차 판매대수의 14%를 차지했다. 최근 몇년 사이 자동차 시장에 나타난 탄소 대응 차세대 차량의 폭발적 증가는 큰 흐름이 되었으며 세계적으로 BEV가 대세로 자리잡은 양상을 보였다.
BEV에 비해 장점 많은 HEV의 재평가
탈탄소를 지향하는 차세대 차량으로 BEV가 대세가 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환경규제가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유럽연합(EU)이 지향하던 엄격한 환경규제가 다소 누그러진 점을 들 수 있다. 당초 EU 2035년 이후 CO2를 배출하는 엔진탑재 차량의 신차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및 글로벌 대형 자동차업체들은 잇달아 BEV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EU는 2023년에 식물유래 에탄올 등을 합성한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ICE) 차의 경우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기존 방침을 변경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BEV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재검토하거나 철회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BEV보급이 확산되면 당장 충전 인프라와 전력공급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BEV 본체를 포함해 전반적인 기술적 측면의 개발 역시 지연되고 있고, 미래 구상에 관한 논의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판매동향에 변화 흐름이 나타난다. IEA가 올해 4월에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도 BEV 판매대수는 1,38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5% 증가한 수치이긴 하지만 2022년에 비해 판매 증가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판매 흐름의 변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HEV에 대한 소비자의 재평가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업체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14개국의 2023년 HEV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29.3% 증가한 421만대를 기록했다. 이 국가들의 BEV와 PHEV 판매량을 합치면 전년대비 2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증가율로만 보면 HEV가 더 높았다.
HEV는 BEV에 비해 장점들이 많다. HEV는 충전할 필요가 없어 운전자 편의성이 높고 연비가 좋으며, 차량 가격 또한 적당하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HEV는 중산층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요변화 흐름이 나타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Deloitte Tohmatsu는 올해 2월 ‘2024년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의식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는 ‘미래에 구입하고 싶은 파워트레인’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가 나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세계 각국에서 EV로의 전환 움직임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해 간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ICE와 HEV에 대한 구매 의향이 전년대비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ICE가 전년대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ICE와 HEV의 꾸준한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Deloitte Tohmatsu는 조사 보고서에서 ‘ICE와 HEV 구매증가 추세가 향후에도 계속된다면, 전세계적으로 탈탄소 목적 달성 시기를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차세대 자동차로 급격한 전환 아닌 속도 조절 예상
글로벌 자동차업계에는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변혁기’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등장한지 오래됐다. 최근 10년간의 자동차업계 현황을 살펴보면, 어떤 파워트레인이 주류가 될 것인가는 제쳐두더라도, 차세대 자동차로의 급격한 전환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래 자동차는 최종적으로 BEV가 주류가 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NEF가 매년 발표하는 ‘전기자동차의 장기 전망’ 최신판에서는 2033년 BEV의 판매비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율의 50%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는 BEV와 관련된 인프라 확대와 극적인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차세대 자동화로의 전환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BEV 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각 국가의 규제와 보조금정책,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미래 자동차 시장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판매량 증가 혹은 감소를 되풀이 하면서 결국 조금씩 BEV로의 완전한 전환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미래차 시장으로의 전환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현재 자동차 업체들도 판매율이 높은 차종에 잠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얻은 수익을 미래형 차량 개발과 양산을 위한 투자에 충당하는 시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동력원 활용하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
미래 자동차로의 전환이 더딘 상황에서 HEV의 재평가와 일본 엔저 기조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게 차세대 자동차를 위한 투자를 추진할 수 있는 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자동차 업체 대부분은 여러 종류의 파워트레인으로 밸런스를 중시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장 좋은 사례가 도요타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탈탄소를 실현하기 위해 ‘Multi Pathway’, 즉 ‘복수 경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ICE차와 HEV, PHEV, BEV와 더불어, FCEV, 수소엔진차 등 다양한 수단을 선택지로서 준비해두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세계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방안들을 적용하면서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인다는 컨셉이다.
최근에는 후지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되는 ‘슈퍼 내구 후지 24시간 레이스’에 카롤라를 개조한 수소엔진 차량을 해마다 전시하고 있다. 더불어 매년 주행거리 연장 등 성능을 진화시키고 있다. 또한 도요타자동차는 BEV의 제품 라인업 확충도 발표하는 등 그야말로 전방위 전략을 펼치며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일본 자동차 기업 중 자국 내에서 매출 상위을 차지하는 혼다와 닛산자동차 모두 미래를 위해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혼다는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사륜차를 100%로 EV와 FCEV로 전환하겠다고 표명했다.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올해 3월 자동차의 전동화와 지능화 시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 업계의 탈탄소 목표 달성과 교통사고 근절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환경대응 기술과 전동화 기술, 소프트웨어 연구 및 개발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두 기업은 서로의 강점을 결합하는 형태로 미래의 협업까지 고려한 검토를 시작한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과 진전 시기는 미정이지만 혼다와 닛산 두 기업의 협업 발표는 당시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래 자동차 시장 대비 생산·기술 변화로 대응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다양한 동력원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들을 당분간 계속해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 차체의 생산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탈탄소 흐름에 따라 동력원과 차체 제조방식에 따라 선택지가 많아지는 만큼 자동차 부품과 유닛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양산의 이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생산체제 안에서 완성차 기업과 부품업체는 생산비용 감축과 품질안정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생산동향은 전체 생산 업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체계와 생산기술 역시 변화 흐름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움직임 역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현재 가장 인기가 좋은 HEV ‘e-POWER’를 각종 차종에 도입하면서, BEV의 개발과 라인업 확충에 힘쓰고 있다. 특히 차세대 BEV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전고체전지(solid-state battery) 양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올해 안에 구축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또한 마츠다는 최신 기계가공 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로타리 엔진(RE)의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마츠다는 지난해 11년 만에 RE의 양산을 부활시켰다. 엔진 안에서 구동하는 로터의 기계 가공에는 기존 50개 공정을 9개 공정으로 줄이는 등 라인 전체에 범용성과 생산성을 추구한 것으로 나타난다.
다양성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자동차 부품은 어떻게 생산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속가공 등과 같은 생산재 업계가 앞서 해법을 제안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아직 충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