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가 개최하는 2024 SIMTOS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중소 제조기업의 어려움과 극복의 노력
위스콘신대학교
민상기 교수(기계공학과)
1부 제조산업 현황 분석
제조업의 중요성과 중소기업의 현황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근간을 이루어 왔다. 특히, 전쟁 이후 경제 재건 과정에서 제조업은 대규모 고용 창출과 수출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 중소 제조기업은 대기업과의 협력 속에서 다양한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며 전체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20년 기준 제조업 분야 중소 기업이 전체 매출의 12.1% 와 15.4 %의 고용을 차지하고 있다 . 여기에 전체 매출의 52.8% (고용은 18.7%)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의 제조 분야 기여도를 합하면,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중소벤처기업부 2022년 중소기업기본통계). 이러한 숫자는 중소 제조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중소 제조기업은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화의 가속화, 기술 발전의 속도 증가, 인력 부족과 같은 문제들 은 이들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력과 기술력은 이러한 도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중소 제조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중소 제조기업이 직면한 주요 문제를 인력 부족, 생산기술자의 부족, 그리고 기술력 부족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 이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물론 이 외에도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 물류의 불안정성 등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문제들에 논의를 제안한다.
첫 번째 문제, 생산 인력의 부족
생산 인력 부족은 중소 제조기업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인력 부족은 주로 젊은 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에서 비롯된다. 제조업은 전통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과 긴 근무 시간,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이는 특히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공장들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많은 중소 제조기업들은 적절한 생산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인력부족의 심각성은 이미 해외 인력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과 심지어 공원을 새벽 인력시장에서 수급하는 사태로 반영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생산 인력은 현재의 직업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 조금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런 외딴 지역의 공장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배민을 하는 것이 수입, 유연성, 생활환경 등 여러가지 차원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장기근속을 통해 기술을 체화하여 장인이 되는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가 절대 나올 수 없게 한다. 즉, 생산현장 수준에서 기술의 축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제, 생산기술자의 부족
중소 제조기업이 직면한 또 다른 큰 도전은 숙련된 생산기술자의 부족이다. 제조업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고령화된 기술자들이 은퇴하면서 그들의 지식과 경험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를 이어받을 후속 세대의 진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특히 기술 집약적인 중소 제조기업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기술 인력은 생산계획, 공정관리, 기계 관리 및 생산성 향상 등 생산 현장을 운영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 기업은 생산관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인력 수급이 어려워 젊은 기술자가 드물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기술자는 현장에서 체득된 암묵적 지식이 핵심인데, 후임이 없거나 나이 차이가 크면 기술 전수가 어렵다. MZ세대에게는 이런 기술 체화에 필요한 시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가 대학에서 생산기술 전공 학생들에게 중소기업 취업 의향을 물으면,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유는 ‘여자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우스운 답변이 많지만, 이는 복합적이고 심각한 사회적 인식 문제를 반영한다. 생산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현저히 낮고, 특히 중소기업 기술자에 대한 인식은 더 낮은 편이다. 요즘의 MZ세대 들, 즉 SNS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공유하고 만족감을 통해 자의식을 형성하는 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제조업을 옛날 탄광처럼 기피한다. 지방의 외딴 곳에서 낮은 임금과 복지, 높은 업무 강도 역시 이 문제를 심화 시킨다.
세 번째 문제, 기술력의 부족
대부분의 중소 제조기업은 가성비 시장에 대응할 기술력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가성비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경 쟁력을 강화하거나, 독보적 기술로 강소기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둘 다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 기술자 확보가 어려워 일상적인 생산 일정 해결에 급급한데, 이 상태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과 특히 생산제조기술 분야의 인기가 낮아 대기업이나 연구소로의 취업 선호가 높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에서 전통 제조기술을 연구하는 교수들을 찾기 어렵다. 정부 연구비가 첨단산업에 집중되면서, 교수들은 전통 제조기술 연구 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연구비가 있더라도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수들은 적층제조나 스마트제조 같은 첨단 분야에 집중하거나, Nature나 Science 같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수 있는 연구를 한다.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우리나라 산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통 제조기술을 소홀히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신산업 투자는 비용과 위험이 크지만, 현재 잘하고 있는 산업에 적은 비용을 투자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기계 산업을 위주로 보면, 전체 제조업의 약 99% 이상이 전통 제조기술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노력과 투자를 통해 가 성비 시장에 맞는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이나 정부가 매출이 발생할 정도의 기술을 확보하면, 곧바로 ‘신성장 동력원’이나 ‘첨단 산업’으로 투자를 전환한다. 이는 필수적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강소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적 격차를 이루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 반면 일본, 독일, 중국은 전통 제조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을 축적해 왔으며, 이는 수많은 강소기업을 배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들은 가성비 시장이 아닌, 독점적 기술우위로 높은 마진율의 독보적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가성비 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잠재적 위기 상태에 있다. 중국은 흔히 싸구려 제품만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도 이미 가성비 시장에서 우리와 동등한 품질과 더 나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많다. 현재는 미중 갈등과 중국 내 문제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만약 이런 제 약이 없었다면 향후 5~10년 내에 우리 중소제조기업의 50% 이상이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가면 정부 연구원의 말대로 ‘도태될 기업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상황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정부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겉보기에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전통 제조기술 제품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고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면, 처음엔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한일 간의 갈등으로 소부장 (소재·부품·장비) 사태를 겪은 우리나라가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중국이 부품 공급 시장을 독점하고 가격 결정권을 가지면, 자국 기업에는 유리한 조건을, 우리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이미 요소수 생산 포기의 대가를 치렀다.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위험이 도처에 있다. 첨단산업을 육성해 성공하더라도, 그 산업에 필요한 기계, 부품, 소재, 공정과 기술들은 어디서 공급받을 것인가? 이러한 기술력 부족 문제는 국가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으면, 대기업과의 협력 구조에도 문제가 생기며, 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력 향상은 국가 차원의 지원과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