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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IAL TREND]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전략과 중국의 대응방안
작성일 2024-01-25 오후 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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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IAL TREND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전략과 중국의 대응방안 

 

공급망 재편·첨단기술 통제·노동과 환경 기준 통상으로 교역환경 변화 

미·중 갈등양상 주시하며 정부와 기업들의 전략적 대비 필요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첨단기술에 대한 통제와 노동과 환경을 기준으로 하는 통상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야기된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대한 위기감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교역 환경의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통제, 노동·환경 통상전략은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의 통상리포트(’23. Vol. 37),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중국의 대응’를 토대로 최근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 흐름을 살펴봤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통한 대중국 압박

미국은 보조금 정책을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친환경 제조시설을 유치하는 한편,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과 중국의 협력을 차단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deductinon Act, 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각각 4,370억달러, 527억달러의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으로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을 ‘우려대상국(Foreign Country of Concern)’으로 지정해 보조금 수혜기업에 대해 중국 내 반도체 설비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IRA 역시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의 핵심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IRA는 북미산 부품 사용 등 차별적 요건으로 중국 뿐 아니라 한국, EU 등 동맹국에 대한 불이익 우려도 제기되며, 다른 국가의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EU는 중국을 직접 자극하기보다는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핵심광물 친환경 공급망의 탄력성을 위해 과도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축소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EU 지역 내 산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산업정책에 따른 EU 내 친환경 제조시설의 역외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경제안보 전략을 강화해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해 반도체, 희귀금속 등 중요물자 공급망을 강화하고,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기술 보호 및 육성에 나설 것임을 공표(’22.5) 했다. 또한 일본은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기회로 삼아 ‘반도체 제조기지’로 재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투자로 미국·대만·한국·유럽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고 있다.

호주 역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흐름에 동참하며, 동맹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030년 까지 글로벌 핵심광물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호주는 중국의 원자재 독점에 대한 대응전략을 발표(’23.6)하며, 핵심광물 프로젝트 투자 및 국가 R&D 센터 설립 등에 기존 20억 호주 달러(약 1조 7천억원) 기금 외에 5억 호주달러(약 4천 250억원)를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독자공급망, 우회진출 등으로 공급망 재편 대응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대응도 기민한 상황이다. 중국은 대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독자 공급망 구축, 우회진출, 공격적인 외자유치라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중국은 요새화 전략, 즉 자국 내에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 대중국 견제에 맞서기 위해 중국은 14차 5개년 규획(’21~’25년)에서 ‘쌍순환 전략’을 제시했다. 고품질 소비재 및 첨단장비부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자급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강력한 내수시장을 구축하고 기술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독립적인 수요와 공급 순환구조를 구축해 경제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단순 임가공 위주의 저부가가치 생산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해 중국 내 ‘자기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거대한 소비시장의 장점을 살려 외국의 자본, 상품, 서비스 유입을 지속 촉진할 계획이다.

우회진출 전략 역시 대중국 견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미국의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다른 루트를 통해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산 원자재소재부품 등에 대한 규제에도 맞서 중국기업은 기술협력, 해외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CATL은 포드와 합작하는 형태로 포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기술만 제공해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미시간 주정부는 해당 프로젝트에 1억 23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승인한 상황이다.

글로벌 1위 전해액 제조기업인 중국 천사첨단신소재(天賜材料)는 ’23년 1월 싱가포르 자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네덜란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네덜란드 자회사가 다시 미국 자회사를 설립하고 2억 6,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남부지역에서 생산과 판매를 진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비판하는 한편 우회진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하원 세입위와 중국 특위는 중국의 우회진출을 문제 삼으며, CATL-포드 합작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23.7.21)했다.

경제적 고립화를 탈피하기 위해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앞세워 해외 기업의 진출, 즉 외자유치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대화는 거부(23.5)했지만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만나고 머스크를 민간대사로 초청하는 등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켜 접근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공급망 재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외자 유치정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차 당대회 직후 제조업 외자기업에 대한 강력한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발표(’22.10)하기도 했다. 쌍순환  전략에 외자기업을 더 잘  융합 시키는것이 목적이라고 밝히며, 반도체, 첨단설비, 에너지기초 및 핵심부품, 화공, 스마트 제조 등을 중점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다. 신규 지원책으로 중국 증시상장  및 회사채 발행 지원, 정부조달  시장  참여, 토지사용 혜택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역시 경쟁적으로 외자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투자금액 1위 도시인 상하이는 ’23.4월 첨단산업 프로젝트에 최대 1억위안(약 1450만달러)을 지원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며, 실제 중국 현지 기업이 체감하는 기업투자 환경 또한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 압박

대중국 첨단기술 제한은 미국의 국가 경쟁력, 군사적 역량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봉쇄하자는 의미다. 미국은 수출통제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해 중국의 첨단반도체 생산능력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군과 기업의 융합이라는 ‘군민융합(軍民融合)’ 전략을 본격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 행정부는 자국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에 이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미국은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 ECRA)’을 제정해 수출통제를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중국과의 반도체 기술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발표한 수출관리규정(EAR) 개정안(’22.10.7)을 통해 수출통제 조치를 광범위하게 확대, 강화했다.

중국의 첨단반도체 생산능력 자체를 무력화하고 우회수출을 원천차단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일반적인 수출통제 제도와 별개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통제목록 (Commerce Control List, CCL)을 새롭게 추가했다. 신설된 반도체 제조 관련 최종용도 통제는 중국의 기술력 업그레이드를 차단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부적인 지침까지 명확하게 추가됐다. 16nm 내지 14nm 이하로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반도체 장비, SW, 기술을 판매할 경우 별도 허가 필요하게 됐다. 기존 화웨이 및 관계사를 대상으로 적용하던 Entity List FDPR(Foreign Produced Direct Product Rule, 해외직 접생산규칙)이 더욱 확대됐다. 여기서 해외직접생산규칙이란 美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외국산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 및 소재를 사용한 경우 미국의 수출허가 없이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에게 판매를 못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산 비중이 적은 경우 수출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최소허용기준(de mhimis rule)’도 적용하고 있으나, 특정 반도체 제품에 대해서는 비중과 무관하게 허가 대상으로 분류시켰다.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수출통제에 참여하도록 강하게 독려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초기에 미온적인 태도였으나, 결국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에 동참하기로 ’23년 1월 합의했다. 이에 앞서 EU는 ’21년 9월 수출통제법 개정안에 미국과 유사하게 신흥기술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인권 및 민주주의 촉진을 위한 규정을 보완해 발효했다.

 

 



 

 

첨단기술 제한과 통제에 따른 중국의 양면전략

중국은 주요 반도체 장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지만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에 대해 회유와 강공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22년 12월 15일 WTO에 제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확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무역제한 조치에 대해 WTO 분쟁해결 채널이 WTO 규범 위반이라고 판정하더라도, 미국은 판정결과에 불복하고 상소할 경우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의 수출통제에 참여하지 않도록 회유에 나섰기도 했다. 일본을 달래기 위해 중국은 ’23.1월 일본의 비자  발급 중단조치를 조기 해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데믹 당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강화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비자 발급을 중단했으나, 일본에 대해서만 조기 해제했다.

이후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간 전화 통화에서 ‘안정적인 산업 공급망을 위한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도체 제조장비를 통제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도 중국은 열심히 호소를 했다. 중국 한정 부주석이 ’23년 5월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해 공급망 안정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같은 달 친강 외교부장은 웝크 훅스트라 네덜란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중국으로 초청해 ASML 장비 수출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美제품 금지·광물자원 통제강화로 대응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기술통제에 대해 직접적인 공세에도 나서고 있다. 우선 미국 기업의 제품 구매금지와 광물자원의 수출통제를 들고 나왔다. 중국 사이버보안국은 ’23년 5월 21일 안보문제로 마이크론 제품의 구매 금지를 단행했다. 마이크론의 반도체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사이버보안법에 근거해 국내 핵심정보인프라 운영자들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하지 못하게 했다. 구매 금지 조치를 내려도 중국 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고, 국내 업체인 YMTC나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안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통제개혁(2018)에 대한 대항입법으로 2020년 수출통제법을 제정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중국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을 발표(’22.12.30)하고, 희토류 영구자석 및 태양광 실리콘 웨이퍼 제조 기술을 포함시켰다.

희토류, 영구자석, 태양광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 하는 조치다. 개정안의 규제 대상이 ‘제품’이 아닌 ‘기술’이라는 점에서 실제 희토류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고착화함으로써 타 국가들의 공급망 내재화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수출통제법에 근거하여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통제조치를 도입하고 시행(’23.8.1)에 들어갔다. 네덜란드가 첨단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는 조치가 공식화되면서 내려진 시행조치였다. 갈륨, 게르마늄 생산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요가 많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은 군사, 우주항공 분야에서 갈륨 계열 화합물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18~’21년 기준 갈륨게르마늄 수입의 53%와 54%를 중국에 의존해 왔다.

 

 

중국 국가차원의 첨단기술 자립화 총력전 돌입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차원의 첨단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그렇지만 ’22년말 기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7%에 머물렀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경쟁력은 글로벌 선두기업과 낸드플래시는 2년, DRAM은 5년, 로직 반도체는 5년 수준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기술 봉쇄가 강화됨에 따라 과학기술 및 산업의 자립자강에 국가적 역량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14차 5개년 규획(’21~’25년)에서 중국은 반도체를 7대 전략 육성 분야 중 하나로 선정했다. 특히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설계 소프트웨어(EDA), 핵심 장비 및 소재, 첨단 메모리, 탄화규소(SiC) 및 질산칼륨(GaN)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보조금과 국가 주도의 산업 투자펀드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2년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 190개사에 총 121억위안(약 2.3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23년 1조위안(약 178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 패키지를 준비 중에 있다.

 

 


 

  

미국·EU 노동·환경 통상정책 앞세워 중국 견제

미국과 EU 주도의 노동·환경 통상정책에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행해지는 강제 노동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노동자 중심의 통상정책(Worker-Centered Trade Policy)’을 표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강제노동 문제를 타파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중국 기업의 공급망 배제 사유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위구르 강제 노동방지법(Uyghur Forced Labor Prevention Act, 이하 UFLPA) 시행(’22.6)에 따라 신장위구르에서 채굴, 생산, 제조된 모든 상품 및 부품은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하여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EU는 공급망실사지침을 통해 공급망 내 인권 보호 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사하게 강제노동 금지법을 도입해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강제노동’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공급망실사지침은 기업이 자회사, 협력사 등을 포함한 전체 공급망에 걸쳐 인권, 환경 관련 실사를 수행하고 부정적 영향을 예방, 완화, 제거하도록 의무화 하는 것이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등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연초 시행된 자국 공급망실사법에 따라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제품을 사용한  험의로 제소되기도 했다.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환경 통상의제는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고 있으나 자국 산업경쟁력 제고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EU와 미국은 공급망 재편의 주요 기준 중 하나로 ‘탄소중립(Net-Zero)’을 내세워 중국같이 환경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탄소집약 상품의 국내 유입을 규제하려는 의도가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4 이상을 배출하는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으로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의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을 통해 중국과 같이 탄소배출 규제기준이 낮은 국가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과 EU가 추진 중인 ‘지속 가능한 글로벌철강협정(Global Sustainable Steel Arrangement, GSSA)’도 탄소배출 감축을 명분으로 중국과 같은 비시장 국가의 과잉설비·과잉생산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있다.

 

 

중국 강제노동 실사에 대해 ‘간첩행위’로 반발

중국은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 관련 제재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제노동 관련 기업실사 등 정보 수집 및 공유를 반간첩법에 의거 ‘간첩행위’로 처벌에 나섰다. ’23년 3월 미국의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직원들이 신장 관련 공급망 조사를 하던 중 구금된 바 있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내국인이 신장 관련 자료를 해외로 누설 시 반간첩법에 의해 처벌한다는 공식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23.4.26)은 간첩행위 적용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간첩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간첩행위의 정의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정보’ 등 규정이 모호한 편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미국EU 주도의 탄소중립 정책이 WTO 규정에 위배된다며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서방 측의 탄소중립 정책이 기후변화를 구실로 한 무역장벽으로,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은 상이한 경제발전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며 CBAM 도입 중단을 촉구해왔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내부적으로 쌍탄소(奴破) 정책을 강화해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중국은 탄소가격을 내재화 하기 위해 ’21년 7월 탄소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cheme)를 전국 단위로 도입하고 적용 산업군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 및 유동성 면에서 활성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탄소배줄량 산정과 관련해 미국과 EU의 표준을 따르기보다 중국 자체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3년까지 초기 시스템을 구축하고, ’25년까지 시스템 완비를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공급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해 단기간 내 전환은 어려운 상황이다.

’21년 기준 중국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능력은 전체 발전능력의 47%에 달하며, 중국 정부는 2020~2060년 사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7배 확대해 80%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확대되는 대외 환경변화 대책 필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라는 원칙 아래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를 표적삼아 투자를 제한하거나,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는 등 추가 제재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언급에서 미국의 의도가 나타난다. 그는 “중국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첨단기술이라는 ‘작은 마당’ 주변에 ‘높은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첨단기술을 대상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 수출통제 조치 강화 등 추가 제재를 추진 중이다.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예고하는 가운데 공급망 지배력을 강화하고 무기화함으로써 맞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EU 등이 진행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 정책이 야기할 부정적 영향에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노동과 환경 리스크 관리, 유관 데이터의 체계적 구축 등으로 대응이 요구된다.

미국 IRA(인플레이션법안) 상의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과  같은 미해결 쟁점에 대해서도 정부와 기업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외적 압박에 따른 중국의 경제 강압 조치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취약한 분야를 점검하는 한편 다른 국가와의 공조체제 강화도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심광물 및 소재부품에 대한 대중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해당 품목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공급망을 확충해 중국이 야기할 수 있는 경제 보복에 따른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서 야기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소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망 변화 뿐만 아니라 대외적 변수에 취약한 상황이다. 자체적인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와 R&D 세액공제, 보조금 등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더불어 제3국과 기술 및 공급망 협력 체계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