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가 개최하는 2024 SIMTOS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베트남 산업용 로봇시장 동향
임금상승 추세에 베트남 로봇시장 잠재력 증가
전기·전자산업 외 신규 산업분야 틈새시장 기회
베트남 정부는 2024년 7월을 기해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6% 인상할 예정이다. 이번 임금인상은 2022년 7월 6% 인상에 이어 2년 만이며, 또 다시 동일한 6% 최저임금 상승률이 적용된 것이다. 베트남은 많은 인구로 풍부한 노동력에 비해 생산성은 낮은 편이며 첨단 제조산업에 필요한 숙련노동자는 부족한 실정이다. 베트남은 저임금 노동력을 앞세워 제조업을 키워왔지만 향후에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트랜드 리포트 ‘저렴하고 풍부한 베트남 노동력의 미래, 산업용 로봇’(’24.1.23)을 통해 베트남 산업용 로봇시장을 살펴봤다.
베트남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 아세안 지역 No.1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시장은 제조업의 자동화 증가 추세와 더불어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에 대한 관심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Statista는 2024년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 규모가 처음으로 3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베트남 내 각 산업별 산업용 로봇 채택률(adoption rate)에는 차이가 나타난다. 특히 전기?전자 산업부문이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로봇 기술을 더 많이 채택하고 있다. 2024년 베트남의 전기?전자 산업 부문의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는 전체 3억 달러 중 2억 달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시장의 잠재력은 아세안 지역의 다른 국가들보다 그 잠재력이 훨씬 크다. Statista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8년 싱가포르의 산업용 로봇시장 규모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그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돼 아세안 주요국과의 격차를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기준으로 아세안 지역의 산업용 로봇시장은 베트남이 약 3억달러, 싱가포르는 1억 7,331만달러, 인도네시아는 8,810만달러, 말레이시아는 6,904만달러 등의 순으로 예측된다.
베트남 노동생산성 향상위해 산업용 로봇에 주목
베트남의 제조 및 가공산업은 전체 GDP의 약 23~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베트남 국가 경제를 고성장으로 견인하는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제조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는 노동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하며, 이러한 요인이 산업용 로봇 분야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베트남의 노동 생산성은 189개국 중 124위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전자?전기산업에는 약 130만 명의 노동자가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공급망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후방산업, 즉 기초적인 가공 및 조립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주당 48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어 초과 근무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노동력에 비해 노동자들이 제공하는 노동의 질이 낮고, 처우가 상당히 열악한 실정이다. 이 같은 베트남 노동 시장의 특성은 산업용 로봇 산업 분야에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향후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고용 환경의 변화는 노동자들의 재교육, 사회 보장 등과 연결되기에 정부와 시장 양측의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 시장 주도 속 베트남 기업도 분투
현재 베트남의 산업용 로봇시장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화 및 정밀기계?정밀부품 분야로 유명한 일본, 독일, 스위스 등의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일부 베트남 현지 기업도 로봇산업에 진출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베트남 최초로 로봇을 제작한 기업으로 알려진 토시(Tosy)는 해외에도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2004년 설립된 토시는 2009년 일본에서 열린 국제 로봇 박람회(iREX 2009)에서 로봇 팔, 스카라(SCARA, Selective Compliance Assembly Robot Arm) 로봇, 병렬 로봇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토시가 개발한 로봇 팔은 납땜, 페인트칠, 조립, 상자 및 화물 운반대를 옮길 수 있는 상호작용형 자동 장치이며, 스카라 로봇과 병렬 로봇은 픽앤플레이스(pick-and-place)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이다.
2020년 설립된 IDEA는 베트남 기업으로는 최초로 산업용 로봇을 일본에 수출할 정도로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3축 로봇, 6축 로봇, 분류 로봇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에 산업용 로봇을 수출하지만 아직까지 그 수량이 많지 않다. IDEA의 재정 능력은 로봇을 대량 생산하기에는 부족하기에 현재 소량 주문 생산만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트남의 주요 IT기업인 FPT 소프트웨어(FPT Software)가 2022년 설립한 자회사, Next Robotic는 무인 화물이동 로봇 ‘NextAMR’을 개발하고 선보이고 있다. 이 로봇은 공장 내에서 레일 없이도 자동으로 길을 찾아 원활하게 이동하고 사람이나 다른 장애물을 피하며, 지도의 변경 사항을 계속 업데이트하여 최신 정보를 유지한다. 이 로봇은 최대 1톤 무게의 물품을 운반할 수 있다.
현재 빈패스트(VinFast) 자동차 공장과 자동차 보조장치 공장에는 주요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의 로봇이 다수 설치돼 있다. 스위스 기업인 ABB는 하이퐁(Hai Phong)에 소재한 빈패스트 공장의 차체 용접 작업장에 1,000대 이상의 로봇을 공급한 바 있다. 하띤(Ha Tinh)에 위치한 VinES(빈패스트의 이차전지 자회사) 배터리 제조 공장은 독일 기업 KUKA와 ABB의 로봇을 사용해 80% 이상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달성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다른 자동차 기업의 용접 작업장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타코(Thaco)의 타코 마쓰다(Mazda) 공장에서는 용접 조립 라인이 전자동으로 작동하는 가와사키(Kawasaki)의 로봇 87대로 구성돼 있다.
산업용 로봇에 대한 현지 기업들의 반응
현재 베트남에서 산업용 로봇은 주로 기술 역량 및 재정력이 뒷받침되는 외국인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 FDI) 기업과 일부 베트남 기업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베트남 노동사회연구원(Institute of Labor and Social Affairs)과 맨파워그룹 베트남(Manpower Group Vietnam)이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FDI 기업의 32%가 높은 수준(high) 또는 매우 높은 수준(very high)으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 중 63%는 중간 수준으로 적용하고 나머지 5% 만이 낮은 수준(low) 이하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 설문조사에서 FDI 기업 중 94%는 2021~2023년(설문 시점 기준 향후 3년 내)에 생산 활동에 신기술 및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할 계획이 있었다. 적용 계획이 없는 FDI 기업은 단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로봇산업 발전정책 추진, 자동화 공정 관심 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가공산업의 공정 자동화 및 로봇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2018년 3월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의 국가 산업 개발 정책 방향 및 2045년까지의 비전’에 관한 결의안 제23-NQ/TW호를 발표했다. 이 결의안에서는 베트남 산업계의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도입과 제조 공정의 자동화를 강조했다. 이어 2020년 12월 30일에 발표된 ‘우선순위의 첨단기술과 첨단기술 제품(high-tech products) 목록’에 관한 결정문에서는 베트남은 여러 ‘자동화’ 관련 기술 및 제품을 선정하고 제조 공정의 자동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해당 목록을 살펴보면, 투자 및 개발을 위한 99개의 우선순위 첨단기술 중 자동화 분야의 기술은 약 20개가 포함됐고, 투자 및 개발이 우선시되는 107개의 첨단기술 제품 목록에는 약 30개의 자동화 제품이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2030년까지의 과학, 기술 및 혁신 발전 전략’에 관한 결정문에서는 로봇 제조산업을 주요 기반 산업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로봇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둘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라 중국에 투자했던 해외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옮겨오면서 베트남 내부의 산업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대만, 한국,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 반도체 제조 공장에 투자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베트남 내 자동화용 로봇 수요는 가까운 미래에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로봇 관련 기업들이 베트남 산업용 로봇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제조기업들과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로 일본 기업이 활약하는 전자·전기 산업 및 자동차 산업용 로봇시장 외에 식품산업, 제약산업 등 자동화 신규 수요가 창출되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베트남 제조공장들은 특정 라인별 산업용 로봇보다는 패키지 형태의 통합된 시스템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베트남 제조공장에 종합적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시장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